top of page

아르테미스, 소우주, 그리고 꼬리 아홉 달린 여우

 

 

안경화 (큐레이터)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았던 1903년. 그로부터 채 70년이 되지 않은 1969년, 인류는 하늘 너머 우주에 도착하였다. 최초의 우주인은 달의 표면을 걸었고 우리는 낭만적이지도, 신비롭지도 않은 달의 실체를 목격하였다. 그래도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풍속은 지속되었다. 인간이 달의 뒷면에 도달한 것은 2019년이 되어서였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달 뒷면에 착륙하여 무인 로봇을 이용해 토양을 조사하고 생명체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올여름에는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찬드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달을 의미한다.


중국의 우주선 이름인 창어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이다. 영원히 살 수있는 불사약을 혼자 먹고 달로 도망간 창어. 신지선의 영상 작품 <달, 인어, 바다>(2023)에서 이 여신은 초승달 속에 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등장한다. 영상은 바닷속에서 수면 가까이 떠 있는 인어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시작한다. 미동 없이 물결을 따라 꼬리지느러미가 흔들리는 인어는 이내 물거품에 휩싸인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의 주인공은 마녀의 칼로 왕자를 찌르지 못한 채 바다에 몸을 던져 물거품이 되었다. 몸이 가벼워진 공주는 선한 마음을 지닌 데 대한 보상으로 공기의 정령이 되어 승천했다. 어쩌면 창어가 있는 달로 갔을지 모른다. 물속을 떠나 육지에서의 삶을 갈망했듯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했을 수도 있다.


달은 동양의 고전에서 진리를 뜻하기도 한다. 고려 중기에 이규보가 지은 한시의 제목 「영정중월(詠井中月)」은 ‘우물 속의 달을 읊는다’라는 의미이다. “산승이 달빛을 좋아하여/병 속에 물과 함께 길어 담았네/절에 다다르며 바야흐로 깨달았다/병을 기울이면 달빛 또한 텅 비는 것을.” 진리를 얻었다고, 득도했다고 생각했지만 산사로 돌아와 문득 생각해보니 어느새 진리는 사라져 버렸다. 「영정중월」, 『인어공주』와 같은 동서양의 고전, 설화, 신화를 끌어와 이야기를 만들고 작품을 전개해나가는 방식은 신지선의 이전 작업에서도 자주 보인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전시되는 또 다른 작품 <비/살소리>(2021)에서 의학서 『동의보감』에 나오는 사례를 이용하여,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를 자연의 중요한 신호로 해석하였다. 영상 속의 손을 비비고 몸을 나무에 부딪치는 행위는 인체의 건강을 지키는 민간요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건강법은 몸과 자연을 뜻하는 신체 외부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한의학에서 비롯되었다. 작품에서 비둘기의 등을 쓰다듬고 돌을 때리는 동작 역시 『동의보감』의 건강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우리 몸의 장기는 각기 다른 기운과 기능을 갖고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작용한다. 이는 우주를 움직이는 원리가 인체에도 구현되어 있다는, 인간을 소우주로 상징하는 사고로부터 기인한다. 인체(혹은 인간)는 우주의 축소판(小宇宙)이자 우주의 온갖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素宇宙)이다. 한편 영상 초반부에 들리는 화성 탐사 로봇이 우주에서 전송하는 신호는 현재의 우주를 상징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만물과 소통하는 상상의 접촉을 암시한다.

공상과학소설을 연상시키는 신지선의 상상은 <달, 인어, 바다>에서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를 통해 실현된다. 워즈워스의 시집 『서곡』에서 발췌한 일부 구절이 앞서 언급한 「영정중월」의 시구와 마찬가지로 <달, 인어, 바다>의 자막으로 인용되었다. 18~19세기의 신고전주의 작가들은 형식과 이성을 중시하고 인간의 정신적, 감정적 측면을 거부했다. 이런 속성이 시의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전개를 왜곡시킨다고 생각해서였다. 이들과 달리 워즈워스는 일상적인 시어를 선택하여 주변의 자연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는 작품을 많이 썼다. 이로 인해 그를 목가적인 시인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자연주의 시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워즈워스의 시에 나타난 자연과 과거의 추억은 단순히 낭만적인 표현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시인의 상상으로 재탄생한 소재 그 자체였다. 상상력은 신지선의 작품에서도 역시 중요하다. 그는 일상에 파고든 익숙한 이야기를 채굴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도록 갈고 닦는다. 여기서 작업 과정은 “실재하는 구체적인 장소 혹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탐사 여행이 된다. ... (또한) 지시물을 현실에서 발견해가는 하나의 게임이며, 현실과 허구의 간극을 순간적으로 밀착시키는 상상적 시도이기도 하다.” 신지선에게 지난 십여 년은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의 여러 매체를 활용하여 “망각 혹은 누락되었던 우리 문화의 가치를 모색하는 시기”였다. “자연의 숭고, 아름다움, 순환에 대한 감각을 열고 자연에서 깨닫는 가치를 예술이 추구하
는 가치로 생각”한 작업은 상상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듯하다.


그동안 신지선이 관심을 가져온 “망각 혹은 누락되었던 우리 문화” 중에는 무속이나 주술과 연결된 일상이 있다. <달, 인어, 바다>에서 자막으로 나오는 「처용가」, 이번 개인전의 전시 작품인 <백호소서(白狐素書)>(2021)에서 이야기의 한축을 담당하는 여우(구미호), <눈의 소리>(2019)의 주요 소재인 시각장애인 역학사와 맹인독경(盲人讀經), 가리봉동 측백나무 축제를 다룬 <나무제례>(2015)의 전통적인 제례 의식 등, 과학과 이성으로 입증하기 힘든 무엇이 그의 작업에서 발견된다. 이 중에서 <백호소서>는 1960~70년대 군사정권기의 최고 권력자와 그가 지시했던 쥐잡기 운동, 해외 파견 근로자, 여우를 소재로 한 영상이다. 여우는 이 영상에서 대통령을 홀리는 꼬리 아홉 달린 권력으로, 어이없게 멸종한 동물로, 자유와 이상의 염원을 담은 여우 구슬로, 때로는 숲의 정령으로 둔갑한다. 작가는 경제발전이 최고 목표였던 시기에 생길 수밖에 없던 개인, 집단, 국가 사이의 갈등과 균열의 상황을 여우라는 오묘한 매개체를 통해서 우화적으로 드러냈다.

2019년 《눈의 소리》 전에 전시된 동명의 영상 작업 <눈의 소리>에는 미아리 고개 주변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 역학사들와 맹인독경이 나온다. 맹인독경은 경문을 읽으면서 복을 빌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전통 신앙 의례이다.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정기적으로 의례 행사가 펼쳐진다. 작품이 시작하면 관객의 눈은 독경 소리를 배경으로 악귀를 쫓을 때 읽는 <옥추경>에 관한 영상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봇이 움직이는 푸티지가 병치되는 화면을 따라가게 된다. <눈의 소리>는 “영(靈)으로 세상을 보는 맹인 역학인들이 도대체 무엇으로 영을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작가의 말처럼 그들은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지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넘어서는, 인간의 상상과 지식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을 읽어낸다. 이성과 영성, 주체와 타자의 중간계에 거주하면서 반이성적이며 비과학적인 영역을 설명한다. 신지선은 <눈의 소리>에서 눈으로 본 것을 믿는 시각 중심의 세계를 되짚어본다. 인간의 내면을 향한 상상력의 눈을 지닌 장애인의 시선을 통해 시각 중심의 문명에서 배제된 측면을 되살리면서.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으로, 이 프로젝트는 과거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계획의 후속 사업이다. 2024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여성 우주인을 달의 남극으로 보내는 미션을 포함하여 장기적으로 화성 탐사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달 탐사를 너머 화성 탐사를 계획하는 21세기에도 우리는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말하거나 희망을 꿈꾼다. 그리고 신지선은 작업을 통해서 소망의 대상으로서의 달과 과학적 탐색의 대상으로서의 달 사이를 오가며 불가능하고 신비한 무엇을 상상한다. 작가는 “인간과 자연, 과학과 상상, 자본과 욕망 사이의 관계를 표상하는 대상과 고전에서 발견한 개념어를 연결”하면서 시간과 서사를 넘나드는 통로를 제안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잔존하는 모순과 역설을 중첩시켜, 인간의 역사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이야기꾼 신지선의 상상은 오늘도 계속된다.

 

 

Artemis, Microcosm, and a Fox with Nine Tails

 

                                                                                                                                                                    Kyunghwa Ahn, Curator

 

 

In 1903, the Wright brothers flew on a plane in the sky. Less than 70 years later, in 1969, humankind had finally reached the universe beyond the sky. The first astronaut walked on the moon, and the rest of us witnessed the true nature of the moon, which was not as romantic as imagined or mysterious either. Despite that, the custom of wishing for the moon continued. It was not until 2019 that humankind landed on the dark side of the moon. Chang'e 4, the Chinese lunar orbiter, landed on the dark side of the moon and carried out an experiment to investigate soil and the reaction of life. This summer, the Indian unmanned moon probe, Chandrayaan-3,successfully landed on the south pole of the moon. Chandra means the moon in Sanskrit.

 

Chang'e, the name of the Chinese spacecraft, is a goddess of the moon in Chinese mythology. Chang'e escaped to the moon after taking the elixir of life alone. The Moon, Mermaid, and Sea (2023), the video artwork of Jisun Shin, portrays this goddess as an invisible being living in the crescent moon. The video starts with a mermaid floating close to the surface of the water seen from under the sea. With the tail fin wobbling from wave to wave, the immobile mermaid is soon engulfed in bubbles. The heroine of The Little Mermaid, a literary fairy tale written by Hans Christian Andersen, dived into the sea after giving up stabbing the prince with the knife of the witch, destined to disappear as bubbles. The mermaid princess, in a much lighter being, became the spirit of the air as a reward for having the goodness of her heart and ascended to heaven. Perhaps she might have gone to the moon where Chang'e lives. Or she might have gone to space, the unknown universe, as she longed for life on the land out of the water.

The moon also means truth in the classic literature of the East. Yeongjeongjungwol, the title of a Korean poetry written by Yi Gyubo in the middle of the Goryeo Dynasty, has the meaning of 'Song to the moon in the well.'"A mountain monk coveted the moon / he drew water, a whole jar full / but when he reached his temple, he discovered / that tilting the jar meant spilling the moon." A monk who thought he had found the truth, spiritually awakened, returned to the temple, but realized the truth had already disappeared. Jisun Shin's way of work, borrowing classics, tales, and myths from the East and the West such as Yeongjeongjungwol and The Little Mermaid, to create a story and expand the work can also be found easily in her earlier works. The artist used a case found in Principles and Practice of Eastern Medicine, a medical book, and interpreted the comb pattern in the New Stone Age as an important sign of nature in her other work The Rubbing / Sound of Flesh (2021) which will be played in this private exhibition. The action of rubbing hands and bumping the body into a tree, as shown in the
video, is widely known as a folk remedy to keep the human body healthy. This method of keeping one's health began with the principle of oriental medicine that emphasizes the communion of the body with the outside, meaning nature. In this work, the motions of petting the back of a pigeon and hitting a stone are also a metaphor for the health management method in Principles and Practice of Eastern Medicine. It mentions that the organs of our body work in harmony while having their respective energies and functions. This comes from the idea of
symbolizing humans as microcosms, implying that the cosmological principle is embodied in the human body. The human body (or human) is a miniature version of the universe and, at the same time, the being of all factors of the universe. Meanwhile, the sound of the signals that the Mars rover transmits in space in the opening part of the video symbolizes the universe of today. Not only that, it also implies the imaginary contact of communication with all creation throughout the past, present, and future.

The imagination of Shin that reminds us of science fiction becomes materialized through the poem of William Wordsworth in her work The Moon, Mermaid, and Sea. Some lines extracted from The Prelude, the poetical work of Wordsworth, were cited in the subtitle of The Moon,
Mermaid, and Sea
as the lines of Yeongjeongjungwol mentioned earlier. Neoclassical writers in the 18th and 19th centuries regarded form and reason as important while refusing the spiritual and emotional aspects. They considered such properties distorted the free and natural
development of poetry. Unlike them, Wordsworth wrote many works reminding us of the surrounding nature and childhood memories by selecting ordinary poetic language. Because ofthis, he is often recognized as an idyllic poet by many people. He is also called a naturalistic
poet. However, the nature and old memories in his poems did not just stay as a tool of mere romantic expression. They were materials recreated through his imagination. Imagination also plays an essential role in Shin's work. Wordsworth excavates familiar stories from our daily lives and polishes them with significance. In that sense, her working process becomes "a journey of exploration to give meaning to a particular place or object. ... (Moreover) a kind of game discovering the indicated object in real life, and an imaginary attempt to instantly minimize the gap between reality and fiction."For Shin, the past ten years have been"a period of searching for the values of our culture that has been forgotten or left out" through various media, including painting, photography, video, installation, and more. Shin's work of " considering value acquired in nature by opening the sense to the sublimity, beauty, and circulation of mother nature as the value that art pursues" seems to have been impossible without her imagination.

Among "our culture that has been forgotten or left out," which Shin has been interested in for some time, lies everyday life in connection with shamanism or magic. Something mysterious that is indefinable by science and rationality is discovered in her work, such as Song of Cheoyong which appears as a subtitle in The Moon, Mermaid, and Sea, a fox (a fox with nine tails) who plays one aspect of the story in The White Fox's Magic Book (2021), one of Shin's works in her private exhibition this time, a blind professional fortune teller and the blind's reading scriptures that are the main material for Sound of Eyes (2019), and traditional ritual ceremony featured in Ritual Ceremony at the Tree (2015) about the Arborvitae Festival in Garibong-dong. Among these, The White Fox's Magic Book is a video work featuring a person with the highest authority in the military regime from the 1960s to the 1970s, the rat eradication program which was instructed by him, workers for foreign assignments, and a fox. A fox bewitching the president in this video transforms into an animal with nine tails that became extinct ridiculously by an authority, the beads of the fox that include the desire for freedom and ideals, or sometimes the spirit of the forest. The artist poses an allegorical story of inevitable conflict and fragmentation between individuals, groups, and countries in the era when economic development was of the utmost importance through a mysterious medium, the fox.

Sound of Eyes, the video work of the same title that was exhibited before Sound of Eyes in 2019, shows a blind professional fortune teller and the blind's reading scriptures working in the area of Miari Ridge. The blind's reading scriptures is a traditional folk ritual to wish for fortune or treat diseases by reading scriptures. It is designated as an intangible cultural asset of Seoul and the ritual is conducted regularly. As the video starts with the sound of reading scripture in the background, the eyes of viewers soon follow the juxtaposed screen of the video of Okchugyeong Sutra, which is read to expel demons and the footage of the Mars rover from NASA. Sound of Eyes began with the question "Through which can blind fortunetellers see spirit when they see the world through spirit?" Like what Shin says, those blind fortunetellers read the unseen world through the imagination and knowledge beyond the ordinary method of perceiving objects through the eyes. They explain anti-rational and unscientific domains while residing between rationality and spirituality and between the subject and others. The artist Shin looks back at the world of vision, which believes what is seen in the eye in Sound of Eyes. The excluded domain from the world of vision is brought back through the view of disabled people who have eyes of imagination about the human mind.

The Artemis Program is the name for the lunar exploration project in the United States that is currently underway. Borrowing the name of a twin sister of Apollo and a goddess of the moon in Greek mythology, the Artemis Program is a follow-up project of the Apollo Project, another lunar exploration project in the United States in the past. There are also other projects such as the Mars exploration project for the long term including a mission to send a female astronaut to the South Pole of the moon for the first time in human history in 2024. On one side, humankind does not stop at lunar exploration but plans to explore Mars in the 21st century. Yet, on the other side, at the same time, we still look up to the moon and make a wish or stretch our imagination. Furthermore, Jisun Shin opens up the imagination that is impossible and mysterious by traveling between the moon we make a wish for and the moon we study scientifically through her work. The artist suggests a path to cross time and epic by "connecting objects representing the relationships between humans and nature, science and imagination, and capital and desire and the concept words discovered in classic."The story of Jisun Shin"discussing the whole thing about humans and history by overlapping contradiction and paradox remained between reality and ideals," is still ongoing today.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