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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소리 Sound of Eyes, 

4k video installation view, 2019

 

이 작업은 ‘영으로 세상을 보는 맹인 역학인들이 도대체 무엇으로 영을 볼 수 있을까’ 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앞 못보는 그들은 영을 매개로 우리가 사물을 지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넘어선 상상적 기능과 지식의 수단으로 감각해낸다. 맹인 역학인들이 구축한 세계는 이성과 영성,주체와 타자의 중간계에 머무는 곳이며, 반이성주의와 반과학주의의 영역에 위치한다. 그들은 ‘봄’이라는 물리적 행동에서 배제된 내면의 눈으로 우주 전체를 흔들 것처럼 북을 치고 경쇠를 흔들며, 타인의 삶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찬 따듯한 말 한마디를 위해 산통을 흔들어 주역을 풀어낸다. 현대사회 속 커져가는 좌절감과 불안감속에서 우리는 우리 몸이 기억하는 습의 현시를 통해 과거와 소통하고 불가항력적인 믿음에 의지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미래를 이해(선시각화,볼 수)할 수 있는 열쇠라면 기꺼이 동의도 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 (고린도 후서, 제 4 장 제 18 절)

 

인간의 역사는 바라봄의 역사라고 단언할 수 있다. 감각기관인 눈을 통해 우리의 내외부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작용이며 인지작용이다. 이를 토대로 인간은 문명을 이루어 발전시켜왔다. 이번 전시는 『눈의 소리』에서 '눈'이라는 오래된 물질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내면을 향한 상상력의 눈 에서부터 맹인 들의 눈, 서구역사 속의 눈, 화성의 탐사 로봇의 눈,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허블 망원경의 눈에 이르기까지 눈의 모습을 관찰, 분석하여 눈의 문명에서 배제된 차원의 틈을 열어 보여 준다. 이러한 관심은 출품작 "눈의 시간, 2019", "벌어진 8 각의 지팡이, 2019", "미래를보는 사람들, 2019"에서 인간과 우주사이의 대화, 주체와 타자사이의 존재들, 그리고 눈의 역설로 나타난다. 이 모든 작업은 서울 미아리고개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맹인역사의 삶과 맹인 독경이라는 특별한 문화 유산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맹인 역학사들은 작품 전반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주인공이지만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엄연한 존재이나 비 존재이며, 있음이자 없음인 소수의 사람들이다. 익숙한 주체와 타자사이 어딘가에 유령 처럼 머무는 존재들이다.

 

이번 신작들은 당면한 현실문제로부터 초월적영역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구축해 온 세계의 예측 불가능한 지점과 의문에 다가가려는 욕망을 환기시킨다. 여기에서 눈은 전체적이고 통합적 이라기보다는 분열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심지어 비주류적인 대상들이다. 영으로 미래를 보는 맹인들과 그 매개체인 독경, 점치는 도구와 장치들도 다분히 비논리적이고 반과학적이다. 음양 오행과 전자데이터, 산통과 로봇 눈, 음성과기호들은 배치와 구성방식에 따라 우연과 필연, 연속과 불연속, 가시와 비가시의 의미로 치환되어 미시적이고 상보적인 세계를 재조합해 낸다. 이 세계란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꺼림칙하고 미신으로 치부하기에는 두려운 마음의 공간을 은유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보지 못함으로 부정하였던 또 다른 눈의 역사는 선명하게 솟구친다. 이번 작업들은 가시적 세계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온 눈의 역사를 재고토록 한다. 앞 못보는 사람들이 펼쳐 온 눈의 역사는 가시적 세계에 기반한 눈의 역사를 의심하고 회의하며 전복시키는 힘을 내재한다. 오히려 보지 못하는 이들이 펼쳐 온 비가시적 시각체계는 상상력과 영적 비전의 원천이었음을 선언한다. 물리적인 눈이 아니라 상상력의 눈을 통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 등장하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처럼, 내면의 눈과 미래를 바라보는 신성한 눈을 부여해 준다.

 

「눈의 소리」는 첨단기술력에 의존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운명을 논하는 시대에 거세되어버린 상생과 무위의 눈을 되살려낸다. 우리 눈은 불변하는 실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덧없이 무상한 현상을 진짜로 착각한다. 눈의 갈등은 여기에서 촉발되며 진실은 허상의 배면아래 숨어버린다. 전시에서 펼쳐 놓은 신우주는 우리를 다시 어둠으로, 동굴로,구멍으로, 무의식으로 잡아 이끈다. 맹인 역학사들이 보여주는 미래란 잠재된 망막의 현현이며, 인간의 눈은 그저 공허롭고 텅빈 매개로 비워진다.

-신지선

 “So we fix our eyes not on what is seen, but on what is unseen. For what is seen is temporary, but

what is unseen is eternal.” (Second Corinthians Chapter 4, Verse 18)

The history of mankind can be declared as that of seeing. The act of seeing and observing internal and external aspects through the sensory organ of the eyes is both biologically natural and a cognitive action. Human beings have achieved and advanced civilizations based on this. This exhibition Sound of Eyes  tackles this ancient organ, the eye. The exhibition is an observation and analysis of eyes including imaginary eyes of the inner world of humans, blind people’s eyes, eyes in Western history, the eyes of a Mars rover, and the eyes of the Hubble telescope in outer space, showcasing the interstice excluded from the civilization of eyes. This concern is represented in conversations between man and space, beings between subject and object, and the paradox of eyes in works on display at the exhibition such as Time of Eyes  (2019), A Cracked Octagonal Stick (2019), and Blind People Who Can See the Future  (2019). All these works are derived from the lives of blind fortunetellers who are settled in and living nearby Miari Gogae in Seoul and the special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blind fortunetellers’ reciting of sutras. Those blind fortunetellers are both speakers and protagonists. They are minorities who are beings and non-beings or who are existent or inexistent. They are those who stay somewhere between the subject and other like apparitions.

These new works arouse a desire to be closer to something unpredictable and questionable in the world humans have forged, concerned with real pending issues or transcendental arenas. The eyes here are not holistic and integrative but disruptive and irrational and are even nonmainstream objects. Blind people who see the future through souls, sutra chanting (which is its medium), and fortune telling tools and devices are also quite illogical and anti-scientific. Yin and yang and the Five Elements, electric data, a robot’s eyes, voices, and symbols reconstruct a microscopic and complementary world depending on their arrangement and composition method and are replaced with the meanings of coincidence and inevitability, continuity and discontinuity, and visibility and invisibility. This world is a metaphor for the space in our minds where we feel discomfort when we accept something as truth or where we feel fear when we disregard something as superstition. Another history of eyes which was denied becomes palpable at this point. These works cause us to reconsider the history of eyes that was primarily created in the visible world. The history of eyes involving blind people has immanent power to doubt, suspect, or overturn the history of eyes based on the visible world. They state that blind individuals’ system of invisible sight is actually a source of imagination and spiritual vision. Just as the blind prophet Tiresias saw the future with his imaginary eyes in Oedipus the King , an Athenian tragedy by Sophocles, blind people contemplate using their inner eyes or sacred eyes toward the future.

Sound of Eyes  brings new life to the eyes of coexistence and inactivity which have been removed in an era in which the future is predicted and destiny is discussed, resorting to cutting-edge technology. Our eyes do not see unchanging existence but mistake a transitory, evanescent phenomenon for what is real. The conflict our eyes face is triggered by this and the truth is in hiding behind false images. The new universe that unfurls in this exhibition draws us into darkness, a cave, a hole, or unconsciousness. The future as revealed by blind fortune tellers is a manifestation of immanent retinas while human eyes are considered merely empty and futile.

​-Jisu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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